좀 전에도 말했지만 자신의 이해력(nges-shes)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론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먼저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논지를 여러 관점에서 지적할 것입니다. 모순 여부를 지적할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어떤 반론에도 자신이 제시한 관점으로 방어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이 없다면 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이해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의 마음을 확고한 신념, 즉 확신(mos-pa)이라고 합니다. 무상, 자타가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 자신보다 타인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보리심, 공성 같은 주제로 집중 명상을 할 때 바로 확고한 이해와 확신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과 대론을 하면 혼자 분석 명상을 하고, 법을 사유하면서 이해를 향상시키는 것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질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하면 더 많은 논리적 모순과 오류를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론을 하는 목적입니다.
대론의 장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론은 초보자들이 집중력을 개발할 때 명상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대론을 할 때 상대의 의견을 경청을 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혼자 명상을 할 때 산란과 졸음을 피하려면 강한 의지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론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함께합니다. 곳곳에서 아주 큰 소리로 대론을 벌이면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들리는 대론 소리 때문에 산만해질 수도 있습니다. 짜증까지 일어난다면 이때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론장에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면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대론의 장점으로는 대론을 통해 성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습니다. 주저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대론을 하면서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상대와 논쟁을 하다 보면 큰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거들먹거리나 화를 내면 마음이 불안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대론에서 상대방이 승리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마음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론은 승패와 무관하게 궁극적으로 ‘나’를 부정하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내가 이겼다. 역시 나는 머리가 좋아.’ 하는 생각이 일어나거나 ‘내가 졌다. 나는 너무 어리석어.’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자기중심적 ‘나’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나’가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허상일 뿐입니다. 궁극에서는 해체되어야 할 ‘나’입니다. 대론을 하는 상대이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자신이 상대보다 더 똑똑하고, 상대가 자신보다 더 어리석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론을 하는 목적은 자신과 상대가 대론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결과로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