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의 비구니계 성립

02:06

부처님은 최초의 비구들에게 간단하게 “Ehi bhikkhu (오라 비구여!)”라는 말로 수계했습니다. 충분한 수의 비구들이 이런 식으로 계를 받자 부처는 비구들 자신이 내리는 계, 구족계(bsnyen-par rdzogs-pa, 산스크리트어: upasampada, 팔리어: upasampada)를 제정했습니다. 

많은 전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부처의 외숙모인 마하파사파제(Go’u-ta-mi sKye-dgu’i bdag-mo chen-moSkye-dgu’i bdag-mo, 팔리어: Mahapajapati Gotami)가 비구니가 되기 위해 계를 내려 달라고 간청했을 때 부처는 처음부터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하파사파제는 500명의 여성 신자들과 함께 머리를 깎고 노란 가사를 입고 출가(rab-tu byung-ba, 산스크리트어: pravrajita, 팔리어: pabbajja)로 그를 따랐습니다. 후에 그녀가 세 번이나 수계를 청했으나 부처는 이를 거절했고, 제자 아난이 그녀를 위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네 번째 요청을 받았을 때 부처는 마하파사파제와 다른 비구니들이 팔경법(lci-ba’i chos, 산스크리트어: gurudharma, 팔리어: garudhamma)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계를 내리는 데 동의했습니다. 팔경법은 비구니의 법납(法臘)에 따른 좌차(座次)는 입문의 순서에 상관없이 항상 비구보다 낮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처가 이러한 규칙을 마련한 것은 당시 인도의 문화적 가치관과의 조화를 도모하고 그의 승가와 가르침이 사회로부터 업신여겨지는 것을 피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렇게 함으로써 비구니들을 보호하고 재가들의 존경을 확실히 받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고대 인도의 여성들은 처음에는 아버지, 다음에는 남편, 마지막에는 아들의 비호/감독하에 놓였습니다. 독신 여성들은 창녀로 간주되었습니다. 비구니계 중에는 단지 남성의 비호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창녀라고 불린 비구니의 예가 산견됩니다. 비구니 승가의 지위 아래 비구니 승가를 배치함으로써 비구니가 독신이어도 세간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부 전통에서는 팔경법을 받아들임으로써 최초의 비구니 승가가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전통에서는 부처가 아난을 비롯한 총 10명의 비구에게 마하파사파제와 500명의 여성의 수계를 맡겼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일반적인 초기의 비구니의 수계는 10명의 비구에 의해 이루어 졌습니다. 이 수계 방식은 보통 ‘십분구족(十分具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계 시 지원자는 모든 계를 지키기 어려운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는 질문, 즉 차법(bar-chad-kyi chos, 산스크리트어: antarayikadharma, 팔리어: antarayikadhamma)의 질문을 받습니다. 여기에는 비구 수계의 경우와 같은 질문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신체 구조와 관련된 질문도 포함됩니다. 

일부 비구니 지원자들이 비구로부터 그러한 사적인 질문을 받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쾌감을 표명했기 때문에 부처는 ‘이부승가(二部僧伽)’를 제정했습니다. 이를 수행할 경우 먼저 비구니들이 지원자들의 비구니 적성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같은 날 비구니와 비구들이 공동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이후에 비구니들이 증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비구들이 계를 내립니다.  

처음에 비구/비구니 교단을 위한 계는 ‘성죄(性罪,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죄)’ – 즉, 모든 재가와 출가에게 해로운 파괴적인 행위와 발화만을 피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계자에게는 금욕의 계가 더해집니다. 시간이 흐르며 부처는 차죄(遮罪, 금지된, 파괴적인 죄) – 즉, 본질적으로 파괴적이지는 않지만 불교 교단과 부처의 가르침이 경멸받는 것을 막기 위해 출가한 사람들에게만 금지된 행위와 발화를 피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오직 부처만이 이러한 금지를 포고할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구니는 비구보다 더 많은 계를 받았는데, 이는 비구와 비구니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특정한 사건을 근거로 추가적인 계가 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비구니계에는 비구와 비구니의 교류에 있어서 비구니의 부적절한 언동을 근거로 제정된 것이 포함되지만, 이에 대응하는 조항은 비구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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